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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입문 노트

30. 협력과 '공존공영 시스템' #한봉규

by 에치필 한봉규 2023. 3. 13.

안녕하세요. 필립의 리더십 입문 노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크리스마스 휴전', 전쟁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데 정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사 시대 포식자가 난무하던 그 시절 한 가족 집단이 또 다른 가족 집단과 만나 새로운 집단을 만든 과정이 바로 이 과정과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했습니다. 

 

사실 이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 데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었거든요. 한데 이 글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매번 만나는 타 집단을 제압할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럼 과연 무엇이 계기가 되어 대치하고 있던 적과 협력을 할 수 있었을까요. 단순히 '우리가 협력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는 명제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먹거리가 제한적인 한 지역에서 만난 낯선 이방인과 제1차 세계대전처럼 대치하기 시작했고, 그 대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밥 때라면, 저들도 밥때이겠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 아마 시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중 '공존공영 시스템'의 출발도 바로 이런 인간의 추론 능력이 만든 우연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타인의 사정을 추론하기 시작한 인류는 그 시간이 평화롭게 유지되면서 추론은 사실로 받아 들이게 됐고, 이는 곧 공감 능력을 부추겨 어떤 믿음이 싹튼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초기 인류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협력을 일굴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지휘부는 협력보다는 제압을 선택했지요. 그것 역시 진화론에서 말하는 문명 발전을 위한 '자연선택'일까요. 이 부분은 차후 집단이 사회를 이루는 과정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여하튼 간에 제1차 세계대전 참호전에서 나타난 이 '공존 공영 시스템'은 제로섬 게임으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에 대한 시사점은 알고 짚고 넘어갈 필요성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협력의 시대를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activityalliance.org.uk

 


 

어떤 방법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이 '공존 공영 시스템'이 왜 단번에 부서진 것일까요?

 

 

양측이 보인 상호 협력 하의 참호전은 다양한 화두를 사회에 던지면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실제 사례입니다. '협력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이 참호전의 '공존공영 시스템'의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이 참호전에서 발생한 협력의 진화 기제는 우연한 돌연변이 또는 적자생존은 아니다. 양측 병사들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② 메아리 원칙이다. 즉, '상대를 불편하게 하면 반드시 나에게 돌아와 나를 불편하게 한다'라는 점이다.

③ 양측 병사들은 상호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복할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의사가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④ 협력은 호혜주의에 입각한다는 점을 경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익혔다. 이는 의도에 따라 진화한 것이고, 이 역시 적자생존은 아니다.

이 네 가지는 상식선에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두 가지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⑤ 윤리의식이다. 여기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한 영국군 장교가 어느 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서 밖으로 나갔더니 영국군과 독일군이 참호 위로 올라가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때 독일군 병사 한 명이 '이 일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다. 빌어먹을 프러시아 포병 놈들 때문이다'라고 소리치고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 작센 병사들이 사격은 보복을 막으려는 수단이었을 뿐 배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깨뜨린 것에 대한 도덕적 참회와 상대방의 안전을 걱정하는 염려를 전한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엑셀로드 교수는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경험이 플레이어가 누리는 보상 수준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는 협력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는 공존 공영 시스템을 무너뜨린 기습작전 시에는 아군에 대한 윤리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를테면 죽은 전우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자신은 도덕적이고 적절한 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양상으로 진화한 것이다. 즉, 협력과 배반은 게임 상황에 따라 스스로 강화하는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⑥ 남은 한 가지는 형식적 의례이다. 이것은 서로의 공격을 서로가 모두 예측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군의 목표물 선택, 사격과 포격 시각, 발사 횟수는 너무나 규칙적이었고, 심지어 다음 포탄이 언제 떨어질지 1분 오차로 맞추기까지 했다. 이는 독일군 진영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독일군 병사는 영국군의 저녁 포격은 7시면 시작되었다. 얼마나 규칙적인지 그걸 보고 시계를 맞출 지경이었고, 목표물도 늘 동일했고, 포격 범위도 늘 일정했다고 기록했다.

이런 형식적 의례는 지휘부에는 전투에 진심이라는 측면을 알리고, 상대방에게는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로 작용했으며, 우리는 전쟁의 고통 속에 함께 생활하는 동료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엑셀로드 교수는 애시워스 글을 인용해서 전했다. 또한 엑셀로드 교수는 적대적 관계에서도 협력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엑셀로드 교수 주장의 핵심은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어 '윤리 의식'과 '형식적 의례'라는 요인이 실제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관점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우의 죽음 앞에서 보복을 다짐하는 죄책감 같은 것과 서로 겪고 있는 전쟁의 고통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상징으로 의례적인 행동을 쓰고 있다는 점, 이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입니다. 한데 이 둘 즉, 죄책감과 의례적인 행동을 관통하는 한 단어에서 활용법을 확장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료의식'입니다. 즉,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어 동료 의식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이고 막중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회사라는 조직에서 팀워크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외로 이 사건의 결말이 옳고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혼란이 있습니다. 상호 협력 상태에서 전쟁을 끝낼 방안은 없었는지를 따져 보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이 질문을 여러 연구자가 숱하게 했고, 그 결과는 당시 국제 정세와 정치적 환경이 그럴 수 없음의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다분히 결과론적 입장이지만 상호 협력으로 역사에 남을 미담이 제로섬 게임으로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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