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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입문 노트

28. 협력의 비밀, 로버트 엑셀로드의 '협력의 진화' #한봉규

by 에치필 한봉규 2023. 3. 9.

안녕하세요. 필립의 리더십 입문 노트입니다. 앞글 '27. 협력을 끌어내는 방법 '치킨 게임의 교훈''까지는 게임이론 관점으로 협력을 얘기했습니다. 협력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협력과 게임이론'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정리하고 요약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한 편씩 쓰는 노력을 들인 보람은 있었습니다.

 

첫째, 막연했던 협력을 다각도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둘째, 협력을 끌어내는 일이 이성에 호소하면 될 일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의 지평을 넗혔고,
셋째, 이 협력이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개념일까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해서 이번 글부터는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그 궁금함을 풀어 볼까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의 '협력의 진화'입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란 학문을 전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여기에 큰 몫을 한 사람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입니다. 그가 방구석에 처박힐 뻔한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그것을 계기로 세상에 나와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지요. 

 

어떤 파란이냐고요. 그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주류 경제학의 핵심 주장 즉, '인간은 합리적이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모순이며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며 칼날을 세운 행동 경제학 주장에 날개를 달아 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인류 발전을 견인한 협력이 합리적 행동의 산물이라기보다 자연 진화적 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행동 경제학의 명제는 더욱더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연구자 대부분이 그 출발점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협력의 진화'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력의 진화를 빼놓고는 협력을 고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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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본능을 지닌 인간에게 협력이라는 행위가 나타났습니다. 이 협력은 문명을 만들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지요. 도대체 어떤 조건에서 협력이라는 행동이 나타난 것일까요? '협력의 진화'는 바로 이 얘기입니다. 

 

 

'중앙 권위체가 없는 한 협력은 절대 나타날 수 없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토머스 홉스는 그래서 강력한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의 적정 범위를 놓고 벌어진 논쟁, 특정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과연 협력이 나타나길 기대할 수 있느냐는 새로운 문제를 촉발했고, 초점이 되었습니다. 

 

 

미 상원 의원은 서로 협력합니다. 한데 이 과정은 보는 이에 따라서 매우 정교한 규정 같지만 관습입니다. 호혜주의 reciprocity 원칙으로 대가를 서로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호혜주의는 무슨 투표교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과반수 득표 미달로 부결될 것이 뻔한 A 법안을 B 법안을 발의하고자 하는 상원 의원의 협력(?)을 받아 통과시킵니다. 그럼 그 대가로 A 법안을 발의한 상원 의원은 B 법안 통과에 협력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짬짜미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너무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관습이어서 '호혜주의는 상원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호혜주의'가 정착하기 전에는 '거짓', '배신', '사기', '배반'이 난무했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서 '호혜주의'라는 기이한 협력 방식을 만들어진 것입니다. 엑셀로드 교수 표현에 따르면 '협력을 창발 했다'라는 것이죠.  

 

 

이 호혜주의가 정착했다고 상원 의원 모두가 더 정직하고, 더 관대하고, 더 공공정신이 투철해진 것은 아닙니다. 상원 의원 각자는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할 뿐입니다.

 


이러한 예를 들어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개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사한 다음, 그것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이 '협력의 진화' 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협력 이론'이라고 명명했고, 협력 이론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앎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협력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력의 진화' 출발점은 '개인은 이기적'이라고 가정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집단 전체의 복지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아니고 한 개인의 난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의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희생'과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협력은 지극히 개인행동(또는 개인 이익)의 발현인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메커니즘을 규명하면 똑같은 추론 방식으로 다른 집단이나 체계 또는 조직과 사회에 협력의 비밀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를 게임 상황으로 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전략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이들 전략을 돌아가며 둘씩 대전시켜 최종 승자를 뽑았습니다. 게임 결과, 팃포탯 전략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팃포탯 전략은 처음 만난 모든 상대에게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할 경우 다음 만날 때 보복합니다. 보복을 당한 상대가 용서를 구하면 그 상대를 용서하고 그다음부터는 협력으로 일관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단순한 전략이라고 엑셀로드 교수는 평가했고, 이 단순한 전략이 '중앙 권위체 없이도 이기주의자들 세상에서 협력이 창발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협력이 창발 하는 데에는 결정적인 조건이 필요한 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서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 게임을 엑셀로드 교수는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게임 구조는 현실의 어떤 점은 포괄하고 있고, 어떤 점은 포괄하지 못한다고 해도 'T > R > P > S' 순으로 보상(이익)이 결정된다는 점만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순서로 인해 나타나는 수치가 곧 게임을 반복할 때마다 각 게임 전략이 얻는 점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수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협력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는 점입니다. 그 비밀 열쇠가 바로 '팃포탯 전략'이라는 점 또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① 플레이어들이 받는 보수의 종류는 비교 가능하지 않아도 된다. 즉, 반드시 숫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② 보수는 물론 대칭적일 필요도 없다. 상호작용을 두 플레이어 입장에서 정확하게 같다고 하는 것은 편의상 그런 것이다. 즉, 상호 협력에 대한 보상 Reward for mutual cooperation이나 보수 변수 즉, 배반의 유혹 Temptation to defect, 머저리의 빈속 Sucker's payoff, 상호 배반에 대한 처벌 Punishiment for mutual defection 은 두 플레이어에게 반드시 같은 가치를 가지지 않아도 된다. 또한 보수는 비교 가능한 같은 종류일 필요도 없다. 단 한 가지 가정은 각 플레이어에게 4개 보수의 순서 즉, T > R > P > S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③ 플레이어들이 받는 보수가 절대적인 척도로 매겨지지 않아도 된다. 서로 상대적인 값으로만 매겨지면 된다.

④ 협력이 두 플레이어 주변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바람직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두 플레이어 간 협력이 촉진되는 것보다 억제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기업 담합은 해당 기업들에게는 좋지만 사회에는 좋지 않다. 사실 거의 모든 형태의 부정부패는 당사자들에게는 득이 되는 협력 사례이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협력 이론은 협력의 증진이 아니라 협력 방지 대책 마련에 이용될 수 있다.

⑤ 플레이어들이 이성적이라고 가정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플레이어들이 쓰는 전략은 주먹구구식일 수도 있고, 경험, 직관, 습관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남을 따라 하는 것이어도 상관없다.

⑥ 심지어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의식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도 된다. 어떨 때는 호의를 보이고, 어떨 때는 안 보이는 것은 어떤 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선택이 반드시 신중할 필요는 없다.

 

 칼럼 : 전략컨설팅[H] 한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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