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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입문 노트

43. 협력과 쿵족의 크리스마스 #한봉규

by 에치필 한봉규 2023. 4. 19.

안녕하세요. 필립의 리더십 입문 노트입니다. 

 

 

목표를 완결하고자 하는 각오는 KTX 열차 내에서 노곤함을 물리칩니다. 점점이 사라지는 차 창 밖 불빛이 아련합니다. 생각에 잠기다가 잠들기 딱 좋은 환경이네요. 이 글을 쓰고 청해 볼까 합니다. 그런데 좀 시끄럽습니다. 두 분이 얼마나 정겨운지 출발 때부터 1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열차 궤도에 함께 올라선 모양입니다.

 


 

Berthe Morisot - Eugene Manet (1833-92) with his daughter at Bougival c1881 - (MeisterDrucke-190186)

 


 

 

'인자한 사람'은 사냥을 잘 하는 사람보다 더 좋은 평판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냥꾼은 이웃보다 고기를 더 적게 가지고 가지요. 왜냐하면, 훗날 자신이 사냥을 하지 못했을 때 이웃이 자신을 돌봐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고, 또는 타 부족의 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가족을 이웃이 지켜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북부 마르투족 삶을 관찰한 결과 평판이 협력을 끌어낸다는 시사점입니다. 이 맥락에서 한 번 생각해 봄직한 것은 인간은 왜, 자신의 착한 일을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 것일까?입니다. 

 

 

'겉으로는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지만 실제로는 자랑스러워하는 무엇을 주목받는 것이 목적인 발언'이라는 뜻을 가진 'humblebrag'가 2014년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겸손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속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언어가 생겼다는 것은 이런 현상이 만연했다는 방증이니 이 역시 연구 대상일겝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냥 자랑하면 될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인류 진화의 비밀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행을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보다 몰래 실천하는 사람에게 더 높은 도덕 점수를 매긴다'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오스카 와일드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익명으로 선행을 하고 누군가가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했겠습니까!

 

 

'칼라하리사막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잔치 Eating Christmas in the Kalahari', 인류학자 리처드  Richard B. Lee가 아프리카 남부 츠와나 부족과 동고동락 한 기록을 담은 학술자료입니다. 이 저널이 주목을 받고 많은 논문이 인용하고 있는 대목은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먼 종족인 쿵족! Kung people's과 있었던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쿵족과 어울리며 살고는 있었지만 리는 그들과 식량과 물품을 나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두쇠라는 평판을 얻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을 들은 리는 이 평판을 좀 개선하려고 곧 있을 크리스마스 잔치에 황소 한 마리를 내놓고 나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쿵족은 기쁘고 감사한 답례 대신 손사래를 치며 뼈만 앙상한 황소 한 마리를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며 리를 면전에서 핀잔줬습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황소 한 마리가 전부라면 많은 사람들이 허기와 아쉬움으로 도리어 불만을 터트릴 것이라고도 하고, 또한 황소 한 마리로는 고기가 모자라 부스러기를 놓고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리는 황소 한 마리를 더 구하려고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때 쿵족 친구는 리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게 우리 방식이야. 우리는 늘 그런 일로 사람을 놀리지. 막 사냥을 마친 부시먼이 있다고 쳐보자고. 그 사람이 돌아와서 잔뜩 으스대며 '수풀에서 커다란 놈을 하나 잡았어!'라고 알리면 안 돼. 그냥 말없이 자리에 앉아야지. 그럼 나나 다른 사람이 다가가 묻겠지. '오늘 어땠어?' 그럼 조용히 답하는 거야. '아이고, 나는 사냥에 아주 젬병인가 봐. 아무것도 못 봤거든. 아주 작은놈만 한 마리 있더라고.' 그럼 나는 속으로 씩 웃지. 꽤 큰 놈을 잡았다는 뜻이니까." (중략)

"그래, 젊은이가 큰 짐승을 잡으면 자신이 추장이나 대단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다른 사람들을 종이나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말이야.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래서 으스대는 사람을 거부하는 거야. 언젠가는 그런 자부심 때문에 누군가를 죽일 테니까. 그래서 고기가 생기면 늘 형편없다고 투덜대. 그게 우리가 사냥꾼을 진정시켜 유순하게 만드는 방식이야."

-협력의 유전자. 253 ~ 254p. 니컬라 라이하니. -

쿵족의 이런 생활 방식은 인도 남부 한마을 연례 축제인 '마리아만 여신에게 감사제'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엘리너 파워 Eleanor Power 연구이다. 마리아만 여신을 경배하는 방식은 우유를 가득 담은 항아리나 뜨거운 숯을 가득 넣은 화로를 들고 경배 행렬에 참석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경배 현상인데, '파라바이 카바디 par-avai kaavadi'라고 해서 손에 나뭇잎을 쥐고 등과 다리 피부를 정육점용 갈고리에 꿴 뒤 크레인에 매달린 채 경배 의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의식을 치른 사람을 페루마이 perumai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대단한'(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페루마이는 자신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경배했을 뿐입니다'라며 교과서적인 답변만 한다고 한다.

-협력의 유전자. 254 ~ 255p. 니컬라 라이하니. -

 

 

"아이고, 나는 사냥에 젬병인가 봐~', '경배했을 뿐입니다'라는 두 부족의 이 반응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파라바이 카바디' 고찰을 통해 파워는 '평판의 외줄 타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왜냐하면, '페루마이'라는 말이 '타르페루마이 tarperumai'와 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타르페루마이는 '으스대거나 자신을 과신한다'라는 뜻이죠. 평판은 이 한 끗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학이 담겨 있는 듯 하지만, '그 자부심이 언젠가는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라는 쿵족의 집단을 유지하는 사고방식과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두 부족의 겉모습은 분명 원시 공동체라고 우리는 말하고 있지만, 그 내면의 질서는 현대인인 우리가 지금 잊었거나 우리에게 없는 공동체 의식으로 보입니다. 한데 집단을 존속시키고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내고 있는지는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그들은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 규칙 바꾸기를 반복하면서 본질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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