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립의 리더십 입문 노트입니다.
어린이 날 입니다. 공교롭게도 비가 오네요. 실망하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어린이 날은 챙겨야죠. 뾰루퉁한 아이의 모습 보다는 밝고 활기찬 아이의 얼굴을 더 보고 싶으니까요. 미래의 주역이고 희망이니까요. 아이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으니까요.
대항해 시대, 망망대해 대서양에 두 척의 배가 항해 중입니다. 한 척은 대영제국이 자랑하는 군함 바운티호였고, 타히티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척은 호시탐탐 약탈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해적선입니다. 바운티 호 목적은 타히티에서 빵나무 묘목을 캐서 서인도 제도로 실어 나르는 것이었고, 해적선은 통상 아는 것과는 다른 자유가 목적입니다. 해서 이 두 척의 배에서 협력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바운티 호는 '최초의 선상 반란'으로 유명합니다. 왕정 시대 반란이라는 점에서 영화 소재로도 안성맞춤이지요. 1916년에 무성 영화로 처음 상영된 이후 1984년까지 총 다섯 차례 영화화되었고, 앤서니 홉킨스와 멜 깁슨의 푸릇푸릇 한 젊은 시절의 열연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영화 소재가 된 반란의 배경은 함장 윌리엄 블라이의 가혹한 징벌, 채찍질, 모욕, 배급 중지가 도화선이 되었고, 타히티 섬에 도착한 후 5개월여 동안 머문 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끔찍했던 선원들이 플래처 크리스천을 우두머리로 삼고 선장을 내쫓은 얘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법한 내용 전개이고, 정치학자는 정치적으로, 사학자는 역사적으로 이 사건의 해석을 듣는 묘미가 쏠쏠합니다.
그렇다면, 협력의 관점은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요?
바운티 호 사건이 있었던 1787년은 그 이전부터 바닷길을 뚫고 교역을 하는 것은 무척 힘들고 어렵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해서 선박 소유주 대부분은 선장을 고용해서 선원을 관리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유사시 처벌을 집행할 권리까지 주어졌으니 항구를 떠난 배 안의 선장은 절대 군주와 같은 위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피터 리슨 Peter Leeston은 <'악' 소리 나는 무정부: 해적단의 법과 경제학>에서 선장을 '포식자'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근로 기준법 위반은 누워서 떡 먹기였고, 연봉 따로 급료 지급 따로는 비일비재했고, 매질은 물론 바다에 빠트려 선원을 죽이는 일도 횡행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운티 호는 '상선'이라는 점입니다.
바운티 호 크리스천이 선장 블라이의 오른팔임에도 불구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을 보면 당시 선상에서의 선장의 포식 행동이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다. 한 사람의 절대 권력 하에서의 협력은 이 같은 모습이입니다. 선장 블라이는 애지중지한 크리스천이 반란의 선봉에 섰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죄수의 딜레마 모형으로 표현하면 '선상 반란'은 '포식자 행동에 [침묵 - 침묵]'의 내쉬 균형을 깨고 '포식자 행동에 [배신 - 침묵]'으로 갈아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상 반란을 계획한 크리스천은 아마 백워드인덕션 backward induction 기법을 썼을 것이고, 시간 부정합성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강력한 크레디블 커미트먼트를 했을 것입니다.
선상 반란을 주동한 크리스천 선택을 눈여겨보는 까닭은 '연합', '우정', '동맹' 등의 사회적 협력 도구 때문입니다. 특히 선장 블라이와는 상명하복 관계이면서 우정 관계인 점을 들어 우정과 협력 간 관계를 조명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 우정을 쌓는 관계는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베푼다는 것이 니컬라 라이하니 런던대학교 진화생물학 교수는 말한바 있습니다.
다른 연구를 인용하면 우정에서 비롯한 협력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 기능이 높아졌고, 수명도 늘어났습니다. 또한 우정은 역경을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포로수용소였던 앤더슨빌에 수감된 대다수의 포로는 사망했지만, 우정을 쌓고 친구 관계인 포로들은 모두 살아서 귀환했습니다.
우정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도 영향력이 분명 있습니다. 바운티 호 선장 블라이는 선원 경력이 일천한 크리스천을 부선장 급으로 발탁한 것이 우정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하지만 우정은 견고할수록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우정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면 언제든지 배신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천의 반란이 그 경우이죠. 따라서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된다'라는 말은 사회적 협력의 두 얼굴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서양을 항해하는 또 다른 한 척의 배 이른바 캐러비안 해적들에게서는 사회적 협력 도구인 '우정', '연합', '동맹'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꽃을 피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 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바로 이 해적들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칼럼 : 전략컨설팅[H] 한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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