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립의 전략 입문 노트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음은 벌써 고향 집에 도착했지만 막상 집을 나서면 갈 길이 멀고도 간혹 험난합니다. 이럴 때 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일어나더군요. 모쪼록 안전한 고향길이길 바랍니다.
오늘은 12편( https://bknote8.tistory.com/13 )에서 선언한 저의 커미트먼트 마지막 날입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한 편 글을 포스팅하겠다고 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덧글을 남겨 주시는 분에게 제가 쓴 문제해결 지침서 '해결에 집중하라' 한 권을 보내 드리겠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 글로 제 커미트먼트는 지켰습니다.
사실 커미트먼트 한 기간 동안 긴장감이 평소보다 좀 높더군요. 글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느 때와는 다르게 꼼꼼하게 일정을 살폈습니다. 한데 이틀 즘에 매일매일 관리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그래서 아예 일주일 일정을 백워드인덕션 방법으로 전환했더니 갑자기 숲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조망을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로구나 주간 일정 전체를 펼쳐 놓고 보니 매일매일 어느 때 어느 시간을 활용하면 되겠구나 싶은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계획 앞과 뒤의 일처리는 어떻게 해야겠구나 하는 행동 방식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을 이어나가니 커미트먼트는 허풍이 아니고 목표 달성이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대로 커미트먼트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목표에 대한 커미트먼트로 실행력을 높이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앞 글 1분 요약 입니다. 코디네이션 게임은 '호소'와 '촉구'로서 플레이어 모두가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휴게소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호소와 촉구만으로는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사점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르틴 니묄러 목사가 쓴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마지막 구절이 그것입니다. 다시 한번 낭독해 보겠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는 모습입니다.
이 교훈을 잊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협력하지 않는 인류로 영원히 남을지 모릅니다. 함께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얘기 주제는 '백워드 인덕션 back-ward induction' 입니다. 역귀납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로 시작하겠습니다.
A가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책을 빌리러 갔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친구가 책을 빌려 주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친구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지금 당장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빌려 주지 않으면 어쩌지?' A는 갑자기 친구가 야속했다.
"아니, 이웃에 살면서 책쯤 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까지 냉정하게 굴건 뭐야! 그리고 빌려 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갑자기 그 책이 읽고 싶어 졌다는 건 뭐람! 나라면 금세 빌려준 다음 친구와 놀러 갈 텐데 말이야. 이번에 책을 빌려 주지 않으면 앞으로 볼 생각을 말아야지!"라며 A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친구 집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아, 그 책 네가 빌리러 올 줄 알고 내가 먼지 털어놨어. 맘껏 읽고 돌려주고 싶을 때 돌려줘! 이왕 왔으니 나하고 놀자!"
이 사례는 실체도 없는 심상에 사로잡혀 어떤 현상을 제멋대로 해석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특정한 풍자입니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책을 빌리러 친구 집에 간 A의 사고방식이 백워드 인덕션을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백워드 인덕션 사고를 사실 제대로 쓴 것이나 다름없지만, 이상하게도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백워드 인덕션 사고를 펼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하는 데 A가 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백워드 인덕션은 완벽한 정부하에서의 동적 게임일 때 유용한 도구 입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방식이 아닌 특정 미래 시점에서 목표를 달성한 것을 전제로 현재로 내려오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직관과 통찰을 적절히 혼합하는 전략적 사고이기도 합니다. 즉 A가 간과한 것은 B가 책을 빌려 준다라는 특정 미래를 생각할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 대신 빌려 주지 않는다는 상상력만 풍부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세 명의 남자가 3년간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게임이론은 죄수의 딜레마도 그렇지만 교도소 상황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교도소장은 한 가지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고, A는 담배를, B는 부인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했으며, C는 전화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침내 형기를 마친 세 남자가 출소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담배를 요구한 A는 "누가 내게 라이터를 좀 달라!"며 소리쳤고, B는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그의 부인은 둘째를 임신 중이었습니다. 남은 한 사람 C는 교도소장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내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소. 그 결과 매년 100%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감사의 뜻으로 당신에게 자동차를 한 대 선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이 역시 A와 B는 특정 미래 시점에 대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계획을 짤 수 없었고, C는 '사업 유지'라는 목표를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으로 전개한 결과 '전화' 즉, 매일매일 지시와 확인이라는 소통의 필요성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한 때 유행한 적 있는 '유언 쓰기', '묘비명 쓰기'는 모두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금세 사라졌던 것은 특정 미래 시점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 이었습니다.
▶ '동전 게임' 백워드 인덕션 보기 https://bknote8.tistory.com/11
'리더십 입문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협력과 게임이론, 팃포탯이 협력의 본질이었다 #한봉규 (4) | 2023.01.22 |
---|---|
19. 협력과 게임이론, 파리의 에밀리가 보여준 '백워드 인덕션 backward induction' #한봉규 (2) | 2023.01.21 |
17. 협력과 게임이론, 다보스 포럼은 코디네이션 게임 중 #한봉규 (0) | 2023.01.19 |
16. 협력과 게임이론, 제로섬 게임과 윈윈게임 그리고 전략적사고 #한봉규 (0) | 2023.01.18 |
15. 협력의 리더십, 시스템1과 시스템2 행동 메커니즘 #한봉규 (0) | 2023.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