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립의 전략 입문 노트입니다.
삼일 연속 설날 얘기하는 건 좀 그렇죠. 그래도 이 얘기는 안 할 수가 없네요. 새로운 기운과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오늘 준비한 얘기는 앞글 1분 요약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앞 글 1분 요약 입니다. 파리에 도착한 에밀리가 남자와 이별하는 순간을 지네 게임과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으로 다뤘습니다. 사실 그 장면이 지네 게임과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과 딱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으리가 봅니다.
어떠셨나요? 그리고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 핵심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도 했습니다. 환기하는 의미에서 그 키워드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간 순서', '상대 행동', '직관과 상상력'이 그것입니다.
이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가 떠 올랐습니다. 라스베이거스 한 카지노를 털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오락 영화입니다.
이 영화 역시 백워드 인덕션 사고법으로 시나리오를 쓴 것이 맞는구나 싶게 '시간 순서'에 대한 입장과 상대방(극 중 베네딕트 역의 앤디 가르시아)의 행동을 예측하면서 역할과 동선을 부여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직관과 상상력으로 팀원의 협력을 끌어내는 모습 등은 한 마디로 백워드 인덕션 교과서 같았습니다.
물론 지나친 우연과 극 중 상상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오락 범죄류의 영화에는 백워드 인덕션 사고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주관적 믿음이 생기네요. 앞글 1분 요약이었습니다.
고요한 밤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빠져든 A는 미친 듯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수화기를 귀에 대자마자 B가 다짜고짜 화를 내며 떠들었다.
"당신 집에서 키우는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우리가 잠을 잘 수가 없잖아요. 제발 개 단속 좀 잘해 주세요!"라고 딱 잘라 말한 다음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A는 잠이 확 깼다. A는 새벽 2시에 알람을 맞추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알람 소리에 깼다.
"대체 누군데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B의 짜증 난 목소리를 듣던 A가 공손하게 말했다.
"제가 깜빡 잊고 말씀드리지 못했는데요. 저희 집은 개를 키우지 않습니다."
이 사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얘기 주제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간혹 이와 유사한 뉴스를 접하기도 합니다. 한데 이 얘기에서 게임이론 전략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도덕과 법규의 제약을 기대할 수 없고, 외부의 어떤 힘으로도 상대를 제지할 수 없는 이런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맞대응 Tit-For-Tat 전략' 입니다. 로버트 엑셀로드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수 차례 게임 이론 실험에서 얻은 최고의 전략입니다.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인간은 왜 협력하고, 언제 협력을 시작하고 끝내는지, 타인과 협력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실험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그 방법론으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참가자에게 부여한 후 자신의 전략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협력' 또는 '배신'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일회성 게임이 아닌 200회 이상 진행을 한 결과라고 해서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팃포탯 전략은 토론토 대학교 아나톨 라포로트 교수가 고안한 전략으로써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대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데 이 맞대응 전략이 14개 프로그램이 참가한 첫 번째 게임과 65명 과학자가 참여한 두 번째 게임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한 것이 정말 새롭고 역사적인 발견입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요? 이 비결 속에 엑셀로드 교수가 궁금한 그 키워드 협력도 있는 것일까요.
게임은 동시에 상대방과 내가 '협력' 또는 '배신' 카드를 내놓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200회 진행했다는 것이죠. 팃포탯 전략은 단 두 줄로 1등을 차지한 비결을 요약 정리할 있습니다.
첫째, 처음 만난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협력 카드를 제시한다.
둘째, 처음 만난 상대도 역시 협력 카드를 내면 다음에 만날 때도 협력 카드를 낸다. 반면에 배신 카드를 내면 다음 라운드에서 만났을 때 배신 카드로 맞대응한다. 배신-배신 맞대응이 손해라는 것을 안 상대방은 다음 라운드에서 나를 만났을 때 협력 카드를 낸다.
이 간단한 룰이 수 많은 전략을 제치고 매번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을 두고 '협력의 본질'을 밝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엑셀로드 교수는 이를 토대로 협력 관계 축에는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① 선의: 처음 만난 상대 누구든지 협력을 한다. 이는 관계에 대한 선의이고, 영원히 배신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알리는 일이다.
② 분노: 상대가 배신을 한 경우 이를 즉시 알아차리고 즉각적으로 보복을 한다. 법과 규칙을 어긴 것이라면 즉시 신고한다.
③ 관용: 보복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혹시 그 타이밍을 놓쳤으면 마음속에 품지 말고, 관용을 택한다. 상대가 협력하고자 할 의지를 확인하면 곧바로 협력한다.
④ 간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쉽고 간결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힌다.
사실 이 네 가지 요소는 게임에 참여한 우수한 프로그램 특징입니다. 특히 1라운드부터 배신을 선택한 모든 프로그램은 10위 권 안에 들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①번은 고정이고 불변입니다 https://bknote8.tistory.com/12 ). 또한 ②번과 ③ 역시 협력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인입니다. ②번 행동 양식은 보복이고, ③ 행동 양식은 타이밍 포착이죠.
일상 생활에서 사실 보복은 불경스러운 일로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울분을 홀로 삼키는 일이 태반입니다. 우리 민족 정서가 '한 恨'이 울분을 홀로 삼켜 응어리진 분노입니다. 그럼에도 협력에 대한 우리 인식은 먼저 베풀어야 하고, 상대가 내 선의를 이용한다 해도 베풀고 또 베풀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협력을 한다는 데에 있어서 팃포탯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 통념이 말하는 협력의 정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반드시 협력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 팃포탯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말 정말 놀라운 발견입니다.
팃포탯 전략의 이런 점은 엑셀로드 교수의 '협력의 진화' 출간 이후 경쟁보다는 협력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어떻게 협력을 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게임이론은 그 상황을 조감하는 데 유용한 방법론으로 쓰고 있고, 행동경제학은 그 상황에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게임이론과 행동 경제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협력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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