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립의 리더십 입문 노트입니다.
오늘은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 그리고 2022년 4월에 끝난 드라마 '사내맞선' 한 장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함께 읽으며 '협력의 시대 2023'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여우와 두루미 이솝 우화를 보자. 어느 날 여우는 두루미를 식사에 초대했다. 하지만 두루미 앞에 놓인 식사는 접시에 담은 음식이었다. 부리가 긴 두루미는 한 입도 먹지 못했다. 반면에 여우는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두루미는 쪼르륵 배곯는 소리를 냈고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번에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했다. 한데 여우 앞에는 긴 호리병이 놓였다. 여우가 자신에게 한 행동을 그대로 갚아 준 것이다.
팃포탯 전략 핵심은 상대가 배반을 했을 때 다음 라운드에서 나 역시 배반을 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게임의 법칙이 숱한 게임 전략 중 1등 비결이라는 점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굉장히 특별한 기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다. 즉, 이전 게임에서 자신에게 한 일을 상대방이 기억하는 행위는 협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이런 '기억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호혜주의도 발동할 수 없고, 협력이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SBS에서 방영한 로맨틱 코미디 '사내맞선 1회', 진영서(역 설인아)는 절친 여주인공 신하리(역 김세정)에게 부탁을 한다. 자기 대신 맞선을 봐 달라는 것이다. 한데 신하리는 처음에 거절한다. 그러자 진영서는 "이거 기억하지?"라며 돌에 찍힌 머리 흉터를 신하리에게 들이민다.
그러자 "기억하지"라고 체념한 신하리는 진영서의 부탁을 들어 맞선 장소로 향한다. '대신 맞선 장소에 나갔다가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라는 전형적인 클리셰이지만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진영서가 신하리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쓴 한 마디 '기억하지'라는 말 한마디가 협력을 어떻게 끌어냈는가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즉, '기억'이 '호혜주의'를 발동 시킨 것이다.
하지만 한 겨울에 개미를 찾아간 베짱이에게 개미는 온 정을 베푸는 이솝우화는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개미와 베짱이 둘은 여우와 두루미 관계도 아니고, 신하리와 진영서 관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미는 개미대로 베짱이는 베짱이 대로 각자 일을 했고, 둘에게는 어떤 상호작용도 없는데, 개미는 무엇 때문에 베짱이에게 협력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엑셀로드 교수는 새들은 각자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이웃 새들을 구별했고, 몇몇 새들과는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그에 미치지 못했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동종 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미와 베짱이는 동종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일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는 니컬라 라이하니 런던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쓴 '협력의 유전자'에서 소개한 '기부' 행위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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